대중음악
기독교적 대안으로 나타난 CCM
가요, 영화 등 일본대중문화의 수입을 둘러싸고 미묘한 반응이 각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미 일본만화를 비롯하여 저질 비디오는 청소년층을 주 고객으로 깊숙이 스며들고 있고, 대중가요도 알게 모르게 깊숙이 침투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기성세대보다는 청소년층에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져 불리는 경향이 짙다는데서 문제가 있다.
청소년층이나 신세대들이 많이 드나드는 카페에서 일본노래를 듣는 것은 어렵지 않고, 전국적으로 성업하고 있는 노래방에서도 일본 가요 악보와 LD(레이저 디스크)가 비치되어 있어 쉽게 일본의 대중가요를 접하고 있다. 이들은 ‘요코하마’, ‘사치코’ 등의 일본 가요 한 두 곡 정도는 기본으로 부를 줄 알아야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일본 대중가요의 유행에 대한 우려
일본 가요의 입수 경위로는 해적음반을 주로 파는 리어카나 가판대에서 불법 복제된 테이프나 해외여행의 자유화로 인해 밀반입된 음반, 위성방송을 통한 일본 대중문화가 여과 없이 그대로 방영됨으로 일본의 최신 곡들을 재빠르게 입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역기능적인 입수로 인한 이들의 정서는 한국 고유의 정서와는 달리 일본문화의 정서에 청소년기부터 길들여져 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서구문화와는 달리 유독 일본 대중문화에 대해서만 빗장을 걸어 놓는다는 것이 세계화 시대에 걸맞지 않는다는 반론도 없진 않지만 우리나라가 가진 역사적 특수성과 국민의 정서를 감안한다면 아직은 우리의 대중문화가 더욱 성숙하여야 할 것이라는 평가도 만만치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이러한 일본 대중문화의 유입에 우려를 표시하는 이유는 다음 기회에 별도로 다루고자 한다.
이처럼 신세대의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무분별한 유입에 따른 심각한 면이 많이 있지만 이들이 한국의 대중가요사에 공헌하는 기회도 간혹 있기도 하다. 그것은 국내 대중가요의 표절문제를 지적하는데 일본의 최신 곡에 익숙한 이들의 제보에 의해 들통 나는 경우가 많다는데서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 정서에 악영향을 미치는 대중가요 노랫말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중가요 노랫말들이 삶의 어두운 부분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어 정서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가요들도 있지만 대부분 건전한 메시지가 담겨있지 않을 뿐 아니라 인생문제에 대한 해답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 유행하는 노랫말들을 살펴보면 거의가 실연의 슬픔을 담고 있거나 방황, 이별을 주제로 하고 있다. 박진영의 “날 떠나지마”의 경우 ‘멀어지는 너의 모습은 나의 눈물 속에서 점점 더 번져가고····· 난 뒷모습만 보며 서 있어’라는 노랫말처럼 이별과 체념의 감정을 노래하는 것이 많다.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에서는 ‘난 울었어. 사랑과 우정을 모두 버려야했기에’라고 노래하면서 슬픈 이별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곡 외에도 청소년들에게 널리 알려진 “널 위한 이별”, “그대 떠나도”, “아름다운 이별” 등에서도 어쩔 수 없는 작별을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방황과 눈물로 범벅이 된 이들 대중가요의 노랫말들은 청소년들에게 비관과 허무주의를 심어줄 우려가 있다. 이러한 어두운 노랫말로 만들어진 대중가요를 반복하여 듣거나 부르다보면 자기연민에 빠지게 되며, 자신을 무가치한 존재라는 생각으로 유도하게 되는 위험성을 가지게 한다.
물론 일부 시민단체나 종교단체에서 선정하여 시상도 하며 널리 알리기도 하는 좋은 노랫말로 된 대중가요도 있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있지····· 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 주리라’라는 아름다운 노랫말을 가진 “사랑으로”를 비롯하여 동요성 가사와 멜로디를 구사하고 있는 “어디까지 왔니? 집 앞까지 왔다”와 “스쿨버스” 등 좋은 노랫말을 지닌 곡들이 발표되어지고, 또한 KBS의 “열린 음악회”를 비롯한 좋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하여 가창력 있는 가수들에 의해 보급되기도 하는 것은 좋은 시도라고 생각된다.
기독교적 대안으로 나타난 대중적인 크리스챤 음악( CCM )
이제 대중음악은 젊은 세대들의 언어이자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에게 대중음악이 끼치는 해악을 제시하면서 이러한 음악을 그냥 듣지 못하게는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그들의 언어인 대중음악을 통해 긍정적인 사고와 정상적인 안목을 키워주고자 하는 노력으로 기독교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대안 제시로 나타난 것이 1960년대 말부터 미국에서 시작된 CCM (Contem- porary Christian Music)이라 불리는 현대기독교음악이 바로 그것이다. CCM은 1990년대에 들어서서는 전 세계 대중음악계의 전면에 떠오를 정도로 많은 호응을 받고 있는 음악의 장르이다.
CCM은 그 형식과 내용, 그리고 그 음악이 지니는 힘에서 다른 대중음악과 동등하게, 나아가 한걸음 앞서가는 음악으로 등장한 것이다. CCM은 본래 모든 장르의 성가(聖歌)를 포함하는 뜻으로 사용되었으나, 국내에서는 록 음악적 요소가 강한 찬양곡을 의미하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철저히 대중음악적인 형식에 기독교적 내용을 담는 새로운 장르의 음악으로 등장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대중음악의 여러 장르들과 교회음악적인 내용을 접목시킨 CCM을 1980년대 중반부터 최덕신의 “주찬양 선교단”이 본격적으로 전개하면서 점차 그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특별히 지난해 말에 국내 가수들의 CCM 음반이 ‘빛으로 모두 함께’라는 제목으로 발매되었는데 여기에는 레게, 포크, 블루스, 랩, 컨트리, 하드 록, 솔, 발라드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르의 음악이 포함되어 있다. 다양한 장르의 대중음악 형식을 빌려 복음적인 노랫말이 신세대들에게 저항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통계는 한편으로는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신은 항상 내게 손을 내밀어도 나는 왜 그 손을 잡지 못하는지, 아낌없이 부어준 그 사랑을 나는 왜 항상 잊고 살아가는지····· 오랜 나의 방황을 지켜주던 따스한 손길, 오 예수’라고 고백하고 있는 “언젠가 당신 곁에서”를 비롯하여 ‘나에게 힘이 되어주오. 힘없이 쓰러져 버렸던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나에게 꿈이 되어주오’라고 갈구하는 “당신은 아직 거기 있나요”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새 희망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이 대중적인 CCM은 기독교계에서 그 수용여부를 둘러싸고 일고 있는 찬반논란 가운데서도 우선 교회 내의 청년들과 청소년 등 젊은 그리스도인들의 호응을 받으며 기독교적 대중음악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또한 찬양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이들은 CCM의 효율성을 교회가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음악이 신앙보다 강조되고 앞서가면 문제가 되지만 참된 찬양과 복음전파를 위해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맞는 찬양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CCM을 직접 부르는 찬양 사역자들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예수님을 찬양하고 사랑하기 위한 노래가 단순히 리듬이 빠르고 비트가 강하다는 이유로 배척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하면서 연주자의 내면에 예수 그리스도가 진정 존재하는가, 그렇지 않은가하는 문제가 더 중요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반면 CCM에 대한 반론은 “록음악은 말초신경을 자극하여 흥분상태로 몰아가는 비기독교적인 음악으로서 교회음악을 파괴하는 원흉이다”라는 주장을 제시하면서, 또한 “록은 한국의 전체 정서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교회로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귀에 즐거운 음악을 사용한다는 논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기독인답지 않은 주장이다”라며 부정하고 있다.
CCM은 대중적인 음악이다. 대중음악은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근래에 들어서는 국내에서도 1백만 장 이상 팔리는 음반들이 신세대의 감각적 취향에만 맞추고 있어 장난스러움과 재미에만 치중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반증해 주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새로운 대중음악인 CCM은 기독교적이 아니라는 비판론도 있지만 하나님을 찬양하고 예배하는 큰 목적 아래 제각기 다른 기능을 맡은 음악으로 나타난 것이라 평가되고 있다. 즉 현대 대중음악의 다양한 음악 장르 중 하나가 바로 CCM이라는 것이다.
대중음악을 즐기고 이러한 음악을 그들의 삶이자 언어로 생각하는 신세대들에게 그 노랫말의 메시지가 복음적인 내용으로, 진취적이고 건전한 사고를 제공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면 CCM은 그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CCM을 보다 많은 대중이 즐겨 부르거나 듣는다면 오히려 현재의 대중가요계의 정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겠는가하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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