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하남길(경상대학교 사범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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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빨강색 카드가 심판의 무기가 된 것은 교통신호등을 본 한 축구심판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심판으로서 악성 반칙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민하던 잉글랜드의 켄 애스턴(Kenneth George "Ken" Aston, 1915–2001)은 켄싱턴가(Kensington High Street)로 차를 타고 가던 중 교통 신호등을 보고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생각해냈다. 1936년 심판 자격을 갖춘 그는 장교로 병역을 마친 후 교사로 근무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던 인물이었다. 엘로카드나 레드카드 외에도 그는 축구 심판법의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1946년 권위를 상징하는 검정유니폼을 생각해낸 것도 그였으며, 각 팀을 상징하는 페넌트(pennants)를 보고 삼각형 선심기를 착안해 낸 것 또한 그였다. 애스턴은 1949/50년 시즌 풋볼 리그 선심을 시작으로 1960년 유로피언 네이션스 컵 결승, 1963년 FA컵 결승 심판 등의 심판을 맡은 경력의 소유자였다. “산티아고의 전쟁(Battle of Santiago)으로 불린 1962년 칠레와 이탈리아의 월드컵 경기 심판을 맡으며 유명해진 그는 1966, 1970, 1974월드컵 FIFA심판위원장을 맡게 되었고, 그 기간 동안에 옐로카드와 레드카드 제도가 생겨나게 되었다.
두 장의 카드가 심판의 무기로 등장한 직접적인 계기는 1966년 월드컵이었다. 당시 펠레는 다른 나라 선수들의 거침없는 반칙에 제대로 뛸 수가 없었다. 특히 불가리아 전과 포르투갈 전에서 펠레는 동네북이었다. 수비수들은 공보다 펠레를 따라다녔다. 펠레가 공을 소유하지 않은 순간에도 수비수들은 심판의 눈을 피해 무차별 공격을 가했다. 이 대회에서 악성 반칙이 끝없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심판위원회는 그 다음 대회부터 심판 호주머니에 노랑과 빨강색 카드를 넣고 들어가도록 하였다.
국제적 경쟁이 가열되자 축구는 전쟁이 되었고, 반칙은 하나의 전술이 되었다. 월드컵이 열리면 국가주의란 이데올로기에 찌든 축구선수들은 전사가 되고, 팀을 위해서라면 레드카드를 받는 일도 불사한다. 틈만 나면 상대 공격수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의도적이고 교묘한 반칙은 습관적인 행위가 되고, 반칙을 이끌어내는 것도 기술로 취급된다. 같이 흥분한 중계방송 캐스터는 자국 선수가 영리한 플레이를 한다며 너스레까지 떤다. 상대 팀을 향한 욕설, 신경을 자극하는 언어, 비언어적 폭력, 의도적 파울 등은 모두 전술이 되어버린 게 현실이다. 전설적인 미식축구 감독 롬바르디가 “반칙은 작전의 일부이다”라고 했던 것처럼 오직 승리뿐이어야 하는 치열한 현대 축구에서 축구공과 무관한 악성 반칙의 제거는 심판위원회의 큰 과제였다. 1970 FIFA 월드컵부터 예로카드와 레드카드가 공식적으로 등장했으며, 1982년부터 두 장의 카드 소지는 심판의 의무 사항이 되었다.
우연히 떠오른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고 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연히 떠오른 아이디어도 자신의 일에 몰입하는 삶을 산 사람, 절실한 마음으로 뭔가를 갈구한 사람에게 떠오를 것이다. 켄 애스턴은 축구의 반칙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고, 자신의 일에 몰입한 까닭에 교통신호등을 보는 순간 옐로카드와 레드카드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것이다. 교통신호등에서 따온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는 심판의 필수적인 무기가 되었으며,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는 축구 경기장의 교통신호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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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풋볼뉴스(Football News)
글쓴이 : 블루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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