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스크랩] 왜 건설업은 항상 욕을 먹을까?

마라도나김 2013. 6. 20. 15:26

80년대, 아파트 지어놓기만 하면 팔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건설업 괜찮았다.

내가 이 바닥에 입문한 게 90년대 중반인데, 그땐 업경기가 막 하향 선을 타던 순간이었다.

원가도 토목이나 전기 쪽 또는 특수 시설(원전, 플랜트...) 빼놓고는 거의 오픈이 되어버려서, 공사를 수주해서 큰 돈 남기는 일은 애당초 불가능해져버린 시기였다.

게다가 97년 터진 IMF...

물런 살아남은 업체들에게는 그 시절에 무슨 일이 있었나? 싶겠지만, 그때 부도나거나 결단난 건설회사가, 딱 절반 정도 됐다.

즉 둘 중 하나는 넘어갔다는 이야기다.

정말... 밥 먹기도 힘들었었다.

 

하지만 IMF로 충격을 먹은 김대중 정부는, 카드를 시작으로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동원한다.

이 노력의 결과로 2000년대 초반, 다시 아파트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이 당시 아파트만을 전문으로 짓는 회사들도, 승승장구를 하던 시기였고...

건설업은 다시 호황을 만난 듯 "아 옛날이여!"를 외쳤다.

건축사업부만 예를 들면, 하나로 뭉쳤던 조직이 주택과 건축으로 다시 나눠지던 시절이기도 했다.

경기 괜찮으니 자리 만들고 부서 나누는 거지, 어려운 시절이었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렇게 잔치가 계속되나 했더니, 리먼이 형제들이 사고를 친다.

애들 때문에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모기지에 대해서, 아주 상세하게 공부하는 계기도 됐다.

처음에는 모기지가 파리나 바퀴나 뭐 그런 벌레나 곤충과 관련된 말인 줄 알았다.

역시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

 

조직을 켜지면서 뭔가를 해볼려고 했던 건설회사들은, 정말 힘이 빠지던 시기이기도 했다.

게나 고동이나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를 그 비싼 비행기 값 치르고 갔다 와서, 우리도 하면된다!, 혁신하자!며 난리 부르스를 쳤었다.

그 결과는 국내에 더 이상 먹거리가 없자 해외로 나가서, 무리하게 수주를 했다.

그 당시 수주한 공사들 중에 이익 제대로 남는 거, 거의 없다.

그 여파로 여러 건설회사들이, 지금 숨 깔딱 깔딱 하고 있다.

 

그래도 그나마 명바기가 나았다.

적자 투성이에 늘 받아쳐먹는 게 관성인 검찰까지 나서서 조져대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리먼이 형제들이 걷어차버린 건설업 밥상을, 다시 차려준 은공에 대해서는 감사를 해야 한다.

엇그제 기사 보니 4대강 사업을 위해 대형 장비를 구매한 업자들이, 일감이 없어지자 못살겠다고 세종시 가서 시위를 했다는데

ㅋㅋㅋ 웃겨 죽는 줄 알았다.

다급한 그들의 심정이야 100% 이해를 할 수 있다지만, 정부가 무슨 장비업자들 호구도 아니고, 밑도 끝도 없이 장비를 내지른 멍충이들의 미래를, 어느 나라 어떤 정부가 챙길 수 있다는 말인가?

 

아무튼 명바기가 죽어가는 국내 건설업의 숨통을, 그나마도 터준 은공이 있다.

뭐 남는 것 하나도 없이 적자에다 검찰 수사까지 상처 투성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 4년동안 잘 지지고 볶았으니, 그게 어딘가?

 

작금의 상황은 건설업 입장에서, 생사의 기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기회에 좀 솎아냈으면 싶다.

우리 나라가 고도 성장기를 끝마치고, 저성장 저금리의 시대로 가는 게 명확해졌는데, 예전처럼 많은 건설회사들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좀 걸러져서 우량한 업체들만 남아서, 남은 애들끼리 오손도손 사는 거, 난 이게 국민 일반이나 건설업에나, 다 좋은 상황이라 생각한다.

 

물런 그 여파로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자재 납품업체들도 추풍낙엽으로 쓰러지는것이 뻔히 보이지만, 이세상 아픔 없는 성장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리고 가슴에 손 대고 한 번 생각해봐라.

다시 80년대나 2000년 초반 같은 상황이 올수가 있는지를

빨리 정신 차리고, 이런 세상에서도 먹고 살 수 있는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것이, 현명한 판단으로 보인다.

 

그리고 아파트 분양 제발 좀 후분양으로 좀 가자.

하자 적출업체들이 하자기획소송으로, 입주자 대표회의와 법원, 브로커들까지 똘똘 뭉쳐서 그들만의 생태계를 만들었는데, 이거 후분양으로 가면 알거지 되기 딱 좋은 분야다.

하자 적출업이 돈이 된다니까, 요즘 일감 없는 변호사들이 그쪽으로 눈을 돌린다는데, 생각 잘 해야 할거다.

왜냐면 이미 차려진 밥상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겠지만, 신규로 분양되는 아파트는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을거다.

이미 건설회사에서 공무원과 일심동체가 되어 니들 먹거리를 없애가고 있으며, 결정적으로 후분양으로 가면 일거리가 대폭 줄어버린다.

머리가 좋아서 변호사 까지 됐을테니까, 통밥 잘 굴리도록

나도 죽겠는데 내가 이 상황에서 애들까지 챙겨야 하나? 싶다.

ㅋㅋㅋ 오지랖도 넓다.

 

턴키제도, 건설업 노동자들, 어음제도, 하도급, 함바(식당) 진짜 할말은 많다만,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출처 : 억울
글쓴이 : 푸른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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